1년을 채우던 날, 저는 조용히 저울 앞에서 물었어요. 이제 그만해도 되나, 아니면 계속 맞아야 하나.
목표 근처까지 내려온 숫자가 반가우면서도, 한쪽에선 겁이 났어요. 여기서 손을 놓으면 도로 올라갈까 봐서요. 그래서 제가 검색창에 넣은 건 "끊으면 어떻게 되나"가 아니었어요. "계속 맞으면 2년차에도 이 자리를 지킬 수 있나"였어요. 결이 다른 질문이거든요.
마침 그 질문을 2년, 정확히는 104주까지 지켜본 시험이 있더라고요. STEP 5라는 연구예요. 오늘은 그 2년치 데이터를 제 이야기의 다음 장으로 삼아 풀어볼게요. 후기지만 숫자만큼은 제 느낌이 아니라, 그 시험이 실제로 잰 값을 그대로 가져왔어요.
STEP 5가 실제로 본 것 — 104주, 계속 투약
먼저 이 시험이 뭘 봤는지부터요. 여기가 흔들리면 뒤 숫자가 다 흔들리거든요.
STEP 5는 세마글루타이드 2.4mg를 주 1회 맞은 그룹과, 같은 모양의 가짜 주사(위약)를 맞은 그룹을 나란히 놓고 비교했어요. 두 그룹 모두 식단·운동 같은 생활습관 관리를 함께 했고요. 그러니까 이건 약만의 효과가 아니라, 약에 생활습관을 얹었을 때의 결과예요. 이 구분이 은근히 중요해요. 약 하나로 다 됐다고 읽으면 안 되거든요.
여기 나오는 위고비가 세마글루타이드의 비만 치료용 브랜드명이에요. 같은 성분이라도 당뇨용으로 쓰면 오젬픽이라고 불러요. 이름이 갈릴 뿐 성분은 같은 계열이고요.
기간이 이 글의 핵심이에요. 16주에 걸쳐 용량을 2.4mg까지 천천히 올린 다음, 그 유지 용량으로 88주를 더 맞아서 104주를 채웠어요. 104주면 약 2년이에요. 중요한 건 이 2년 내내 약을 멈추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이 시험은 "약을 끊으면 어떻게 되나"를 본 게 아니에요. "계속 맞으면 2년차에도 유지가 되나"를 본 거예요. 그래서 여기 숫자는 전부 '계속 투약'이라는 전제 위에 서 있어요.
시험이 처음부터 재기로 정해 둔 결승선, 즉 공동 1차 종료점은 두 가지였어요. 하나는 104주 시점의 체중이 몇 % 변했는지, 다른 하나는 체중을 5% 이상 줄이는 데 도달했는지였고요. 이 두 잣대를 미리 정해 놓고 2년을 지켜본 거예요. 나중에 결과를 보고 유리한 잣대를 고른 게 아니라는 뜻이에요.
2년차, 저울은 어디쯤에 있었나
바로 결과부터 볼게요. 104주 시점에서 두 그룹의 평균 체중 변화는 이랬어요.
| 104주 평균 | 계속 투약군 (2.4mg) | 위약군 |
|---|---|---|
| 체중 변화 | −15.2% | −2.6% |
계속 맞은 그룹은 시작 체중보다 평균 15.2%가 줄어든 자리를 2년차까지 지켰어요. 위약군은 평균 2.6% 줄었고요.
여기서 숫자를 헷갈리지 않는 게 중요해요. 15.2%와 2.6%는 각각 '그 그룹이 처음보다 얼마나 줄었나'예요. 서로 더하는 값이 아니라, 두 그룹이 따로따로 내려온 총 변화량이죠. 둘의 차이를 빼면 12.6%포인트가 나오는데, 이건 세 번째 감량폭이 아니에요. 두 그룹 사이가 그만큼 벌어져 있다는 격차 표시고요. 저도 처음엔 세 숫자를 한 줄에 세워 놓고 자꾸 더하려 했는데, 축이 다른 숫자라 더하면 뜻이 뭉개지더라고요.
위약군도 2.6% 줄었으니 완전히 제자리로 돌아간 건 아니에요. 생활습관 관리를 같이 했으니까요. 그래도 눈에 들어오는 건 두 그룹 사이의 격차예요. 계속 맞은 쪽은 2년차 시점에도 그 격차만큼 아래에 자리를 지키고 있었어요. 1년 지나 계속 맞으면 이 자리를 지킬 수 있나, 저한테는 그게 제일 궁금했던 대목이었는데 그 답이 이 종점 숫자였던 거죠.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 자리를 지켰나
평균만 보면 그림이 반쪽이에요. "그래서 몇 명이나 유지했는데?"가 더 와닿는 질문이잖아요. STEP 5는 여기도 숫자로 답을 남겨 놨어요.
| 유지한 감량 폭 (104주) | 계속 투약군 | 위약군 |
|---|---|---|
| 10% 이상 | 61.8% | 13.3% |
| 15% 이상 | 52.1% | 7.0% |
계속 맞은 그룹에서, 처음 체중의 10% 이상을 덜어낸 상태로 2년차까지 온 사람이 61.8%였어요. 위약군은 13.3%였고요. 15% 이상을 지킨 사람은 계속 투약군 52.1%, 위약군 7.0%였어요.
이 표는 앞의 표와 축이 또 달라요. '체중이 몇 % 줄었나'가 아니라 '몇 명이 그 선을 지켰나', 즉 참가자 비율이거든요. 게다가 이 계단은 서로 포개져 있어요. 15% 이상을 지킨 사람은 10% 이상을 지킨 사람 안에 이미 들어가 있으니까요. 그래서 61.8%와 52.1%를 더하면 안 돼요. 더하는 순간 100%를 넘어버리거든요. 제대로 읽으면, 10% 이상을 지킨 사람 중에서도 절반이 넘는 사람이 15% 선까지 함께 지켰다는 뜻이에요.
계속 투약군만 놓고 계단을 더 넓게 펼치면, 5% 이상을 지킨 사람이 77.1%까지 올라가고, 20% 이상까지 지킨 사람도 36.1%나 됐어요. 위쪽으로 갈수록 사람 수가 줄어드는, 자연스러운 계단 모양이에요. 제가 이 계단을 좋아하는 이유는, 평균 한 숫자보다 훨씬 정직하게 개인차를 보여주기 때문이에요.
이 계단을 제 식으로 번역하면 이래요. 계속 맞는다고 모두가 같은 자리에 도착하는 게 아니라, 아래쪽 완만한 자리부터 위쪽 가파른 자리까지 사람이 쭉 흩어진다는 뜻이에요. 위약군 숫자를 옆에 두면 대비가 또렷해져요. 같은 2년을 지나도, 약을 얹은 쪽과 생활습관만 이어간 쪽은 유지율의 층이 확실히 달랐어요. 그렇다고 위약군이 0이었던 건 아니라는 점도 같이 기억하면 좋고요. 그래서 이 표를 볼 때 저는 "나는 어느 칸일까"보다 "이 칸들이 이만큼 넓게 벌어져 있구나"를 먼저 봤어요. 그게 기대치를 현실적으로 잡는 데 도움이 됐거든요.
평균은 내 결과가 아니에요
여기서 제가 가장 오래 붙들었던 지점이에요. 15.2%라는 평균을 보면 "아, 계속 맞으면 나도 15% 정도 유지되겠네"로 읽고 싶어져요. 그런데 그건 평균이 놓은 함정이에요.
평균이라는 한 단어 안에는 그보다 훨씬 많이 지킨 사람과, 그보다 적게 지킨 사람이 같이 섞여 있어요. 방금 본 계단이 그 증거예요. 같은 시험, 같은 약, 같은 2년인데 누군가는 20% 넘게 지켰고, 누군가는 그보다 훨씬 완만한 자리에 있었어요. 출발 체중이 다르고, 평소 식습관이 다르고, 하루 활동량이 다르고, 타고난 체질까지 다르니 도착점이 같을 수가 없어요.
15.2%는 그룹의 숫자예요. 내 몸이 그 숫자를 그대로 따라간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어요. 임상의 범위를 알고, 그 안 어딘가가 나일 수 있다고 보는 게 가장 현실적이에요.
그래서 "2년 맞으면 몇 kg 유지돼요?"라는 질문에는 정직하게 "사람마다 다르다"가 답이에요. STEP 5가 보여주는 건 개인별 약속이 아니라, 계속 맞은 그룹이 2년차에 머문 자리의 넓은 범위예요. 그 범위를 알고 시작하면, 저울이 임상 평균과 조금 다르게 움직여도 덜 흔들려요. 저는 이걸 1년차에 몰라서 괜히 마음고생을 했거든요. 평균보다 덜 빠진 달엔 내가 뭘 잘못했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그냥 제 곡선이 범위 안 다른 자리에 있었던 거였어요.
1년차와 2년차, 뭐가 달랐냐면요
숫자 얘기만 하면 이야기의 절반이 빠져요. 저한테 2년차는 1년차와 무게중심이 좀 달랐어요.
1년차는 '얼마나 빠지나'가 온통 머릿속을 차지했어요. 매주 저울 숫자에 기분이 오르내렸고요. 2년차로 넘어오니 질문이 '어떻게 이 자리를 이어가나'로 바뀌더라고요. 극적으로 더 빠지는 맛은 확실히 줄었어요. 대신 저울이 크게 튀지 않고 비슷한 자리에 머무는, 잔잔한 안정감이 그 자리를 채웠어요.
몸으로 느낀 변화 중에 오래 남은 건 음식과의 관계였어요. 전에는 배가 부른데도 머릿속에서 "저거 맛있겠다"가 계속 돌았거든요. 그 소음이 2년차엔 한결 조용했어요. 디저트 진열대 앞에서 자동으로 손이 가던 게, "지금 정말 먹고 싶은가"를 한 번 묻는 습관으로 바뀌었고요. 그 한 번의 멈춤이 의외로 크게 남았어요.
주사 루틴 자체도 2년차엔 훨씬 담담해졌어요. 처음엔 주사 놓는 날이 다가오면 은근히 긴장했는데, 이제는 그냥 정해진 요일의 짧은 절차가 됐어요.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이어가는 일상에 가까웠고요. 극적인 사건이 없다는 게, 어떤 면에선 2년차가 잘 굴러가고 있다는 신호 같기도 했어요. 1년차엔 매주가 새로운 실험 같았다면, 2년차엔 익숙한 리듬을 지키는 쪽에 더 가까웠어요.
물론 이건 제 경험이고, STEP 5가 재려던 건 이런 느낌이 아니라 저울 위 숫자였어요. 그래도 2년차의 진짜 온도는, 극적인 사건보다 이 잔잔함 쪽에 더 가까웠어요.
이 결과의 전제 — 계속 맞는다는 것
이 좋아 보이는 2년치 숫자에는 조건이 하나 붙어 있어요. 앞에서 짚은 것처럼, 이 결과는 전부 2.4mg 유지 용량으로 104주까지 계속 맞았다는 전제 위에서 나왔어요.
그러니까 "1년 채우고 끊어도 이 자리가 유지된다"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STEP 5는 계속 맞았을 때의 그림만 보여줄 뿐이에요. 약을 멈추면 뺀 체중의 일부가 다시 오를 수 있다는 점, 흔히 말하는 요요 가능성은 이 글에서도 배경으로 깔려 있고요. 다만 그 중단 시나리오의 숫자는 결이 다른 이야기라, 여기서는 섞지 않을게요.
이걸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좀 걸렸어요. 저는 1년을 결승선으로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STEP 5를 보면 오히려 비만이 왜 만성질환으로 다뤄지는지가 보여요. 한 번 빼면 끝나는 감기가 아니라, 혈압처럼 계속 관리하는 영역에 가깝다는 거죠. 계속 맞으면 그 자리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되고, 그래서 언제 어떻게 이어갈지를 처음부터 그려 두는 게 마음이 편했어요. 이건 약을 사라거나 처방을 받으라는 얘기가 아니라, 2년이라는 시간표를 미리 아는 것에 가까워요.
한국에서 2년을 이어간다는 것
여기서 한국 상황을 빼놓을 수 없어요. 2년을 계속 맞는다는 건 결국 비용 이야기로 이어지거든요.
위고비는 2024년에 한국에 들어와 식약처 허가를 받은 약이에요. 다만 비만 치료용 GLP-1은 건강보험이 안 되는 비급여라, 전액 본인 부담이에요. 실손보험도 비만 치료엔 잘 안 나오고요. 용량에 따라 대략 월 30만원대부터인데, 용량을 올릴수록 더 들어요. 이 글이 전제하는 2.4mg 유지 용량이면 상단은 그보다 더 올라가기도 하고요. 병원마다 차이가 커서 다니는 곳에서 직접 확인하는 게 맞아요. 어디가 더 싼지 약국을 비교하는 문제가 아니라, 2년을 이어갈 때 이 부담을 어떻게 감당할지를 계산에 넣는 문제예요.
처방은 보통 가정의학과나 내분비내과, 비만 클리닉에서 받아요. 국내에서는 대개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이거나, 27 이상이면서 고혈압·당뇨 같은 동반질환이 있을 때 처방을 고려하고요. 실제 기준은 진료받는 곳에서 확인하세요. 해외직구나 개인 수입은 안전성도 합법성도 권장되지 않아요. 국내 병원 처방과 약국 조제가 정식 경로예요.
2년을 생각한다면, 효과만큼이나 이 비용과 경로를 처음에 그려 두는 게 중간에 흔들리지 않는 길이었어요. 비용 때문에 중간에 갑자기 멈추면, 앞에서 말한 요요 쪽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까요. 저는 1년치를 지나고 나서야 이 계산을 제대로 했는데, 조금 더 일찍 했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직장인이라 점심시간에 잠깐 병원 다녀오는 리듬도 2년째가 되니 몸에 뱄어요. 회사 근처에 다닐 곳을 정해 두면 통원 피로가 덜하더라고요. 이런 현실적인 동선까지 계산에 넣어야 2년이 버텨지는 것 같아요. 화려한 결심보다, 다니기 편한 병원 한 곳이 2년을 이어가는 데 더 큰 힘이 됐거든요.
안전의 선, 그리고 진료실에서의 대화
효과 얘기만 하면 반쪽이에요. 2년을 같이 가려면 안전 정보도 곁에 둬야 했어요. 이건 등급이 다 다른데, 한 덩어리로 뭉쳐 두면 오히려 겁만 나거든요. 그래서 세 층으로 나눠 볼게요.
| 등급 | 무엇 | 어떻게 대하나 |
|---|---|---|
| 절대 금기 | 갑상선수질암(MTC) 개인·가족력, 또는 다발성 내분비선종증 2형(MEN2) | 사용하면 안 됨 |
| 경고·주의 | 급성 췌장염 | 의심되면 멈추고 바로 진료 |
| 흔한 동반 증상 | 메스꺼움·구토·설사·변비 | 대개 시간이 지나며 적응 |
가장 위층은 절대 금기예요. 미국 FDA 라벨 기준으로, 비만 치료용 세마글루타이드에는 갑상선 C세포 종양과 관련한 박스경고가 붙어 있어요. 본인이나 가족 중에 갑상선수질암이 있었거나, MEN2가 있는 경우엔 쓰면 안 되는 선이에요. 한 가지 짚을 게 있어요. 박스경고와 적응증 표기는 미국 FDA 라벨 기준이라, 국내 처방 기준이나 표기는 진료받는 곳에서 확인하는 게 정확해요. FDA 승인이 곧 한국 기준은 아니니까요.
그 아래는 경고·주의 단계예요. GLP-1 계열에서는 급성 췌장염이 보고된 적이 있어요. 이건 무조건 못 쓰게 막는 금기가 아니라, 의심되면 약을 멈추고 관리하라는 신호에 가까워요. 심한 복통이 등 쪽으로 뻗치는 식이면 혼자 참지 말고 바로 진료받는 게 맞아요.
마지막은 흔한 동반 증상이에요. 메스꺼움이나 구토, 설사, 변비 같은 위장 반응이 여기 들어가요. 이 계열도 위장 반응에서 완전히 자유롭진 않아요. 다만 대부분은 시간이 지나며 몸이 적응하는 쪽으로 가라앉는 편이에요.
2년을 이어갈지, 용량을 줄일지, 언제 멈출지는 혼자 정할 문제가 아니에요. 본인 병력과 지금 먹는 약을 정리해서 진료실에서 같이 그림을 그리는 게 제일 안전해요.
한 문장으로 이 2년을 줄이면 이래요. 계속 맞은 그룹은 104주까지 뺀 체중의 상당 부분을 지켰지만, 그 15.2%는 내 몫을 약속하는 숫자가 아니라 넓은 범위의 한가운데였어요. 여기 담은 수치는 전부 공개된 임상시험 자료에서 가져왔고, 계속 맞을지 줄일지 멈출지는 진료실에서 의료진과 같이 정하는 게 맞아요. 저는 그래서 저울 숫자보다, 2년을 어떻게 이어갈지를 먼저 그려 두는 쪽을 택했어요. 같은 약이라도 2년차의 저울은 사람마다 다르니까요.
출처
이 글의 사실 주장은 아래 1차 출처에 대조해 검증했습니다.
- PubMed Central (NIH)pmc.ncbi.nlm.nih.gov/articles/PMC9556320
- ClinicalTrials.govclinicaltrials.gov/study/NCT036934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