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한 가정의학과 진료실. 40대 여성이 차트를 내려놓고 물어봐요. "선생님, 위고비랑 마운자로 중에 뭐가 더 빠진대요?" 선생님은 잠깐 뜸을 들이다가 대답해요. "평균으로는 마운자로가 조금 더 빠져요. 다만 그 '조금'의 대가가 얼마인지, 어느 쪽이 본인한테 맞는지는 또 다른 얘기고요."
그 대답의 근거는 분자 구조, 임상 숫자, 한국 약국 가격 순으로 이어져요.
같은 GLP-1이라 부르지만 작동 방식이 다르다
두 약은 언뜻 같은 계열로 묶이지만, 실제로는 작동 구조가 조금 달라요.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는 GLP-1 수용체 단일 작용제예요. 장에서 분비되는 GLP-1 호르몬을 흉내 내서 뇌의 식욕 중추를 누르고, 위 배출 속도를 늦춰서 포만감을 오래 끌어요. 위고비·오젬픽·리벨서스가 모두 이 성분이에요. 2026년 1월에는 미국에서 먹는 고용량 위고비 25 mg 경구제까지 출시됐어요.
티르제파타이드(tirzepatide)는 GLP-1 수용체에 더해 GIP 수용체까지 같이 자극하는 이중 작용제예요. GIP는 인슐린 분비를 돕고, 지방 조직의 대사와 에너지 소비에도 관여한다고 알려진 호르몬이에요. 식욕 억제 경로가 두 갈래라, 같은 감량을 내는 데 필요한 GLP-1 자극이 더 적어도 되는 구조로 추정돼요.
쉽게 말하면 세마글루타이드가 한 줄짜리 식욕 브레이크라면, 티르제파타이드는 식욕 브레이크에 에너지 소비 액셀을 살짝 섞은 약이에요. 그래서 부작용 빈도는 더 낮은데 감량 폭은 더 크게 나와요.
SURMOUNT-5 직접 비교, 72주에 −20.2% vs −13.7%
두 약을 머리 맞대어 본 임상이 2025년 NEJM에 실린 SURMOUNT-5예요. 같은 비만 환자군에서 두 약을 무작위 배정해 72주를 돌린 직접 비교 시험이에요.
- 티르제파타이드 (10 mg 또는 15 mg 최대 내약 용량): 평균 −20.2%
- 세마글루타이드 2.4 mg: 평균 −13.7%
차이는 절대값 6.5%p, 상대값으로는 티르제파타이드가 약 47% 더 많이 빠진 셈이에요. 90 kg인 사람 기준으로 환산하면 72주 동안 티르제파타이드가 약 18.2 kg, 세마글루타이드가 약 12.3 kg 줄었다는 뜻이에요.
단일 임상으로 가면 숫자가 조금 더 극단적으로 나오기도 해요.
| 임상 | 성분 | 최대 용량 | 기간 | 평균 감량 |
|---|---|---|---|---|
| STEP 1 (2021) | 세마글루타이드 | 2.4 mg | 68주 | −14.9% |
| SURMOUNT-1 (2022) | 티르제파타이드 | 15 mg | 72주 | −22.5% |
| SURMOUNT-5 (2025) | 티르제파타이드 | 10/15 mg | 72주 | −20.2% |
| SURMOUNT-5 (2025) | 세마글루타이드 | 2.4 mg | 72주 | −13.7% |
심혈관 이득 쪽에서는 아직 세마글루타이드가 앞서 있어요. SELECT 임상(NEJM 2023, 약 40개월 추적)에서 세마글루타이드 2.4 mg은 주요 심혈관 사건(MACE)을 약 20% 줄였고, 이 데이터로 위고비는 미국·EU에서 심혈관 적응증까지 받았어요. 티르제파타이드는 SURPASS-CVOT가 아직 진행 중이라 같은 라벨이 없어요.
한국에서 실제로 받는 약 이름과 월 비용
한국 식약처 허가 기준으로 보면 2026년 4월 현재 이래요.
- 위고비(Wegovy): 2022년 4월 식약처 허가, 2024년 10월 국내 출시. 비만 적응증.
- 오젬픽(Ozempic): 2022년 9월 허가. 당뇨 적응증 (같은 세마글루타이드지만 다이어트용은 오프라벨).
- 마운자로(Mounjaro): 2023년 당뇨 적응증, 2024년 12월에 비만 적응증까지 추가, 2025년 출시.
처방 경로는 주로 가정의학과·내분비내과·비만 클리닉이에요. 허가 기준은 BMI 30 이상 또는 BMI 27 이상 + 동반질환(고혈압·이상지질혈증·제2형당뇨·수면무호흡 등). 비만 클리닉은 서울·수도권에 몰려 있어서, 지방에서는 원정 진료를 각오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요.
월 자비부담 가격은 약국마다 차이가 있지만, 2026년 4월 기준 대략 이 구간이에요.
| 용량 단계 | 위고비 월 비용 | 마운자로 월 비용 |
|---|---|---|
| 시작 | 약 21만원 (0.25 mg) | 약 17만원 (2.5 mg) |
| 증량 1 | 약 23만원 (0.5 mg) | 약 19만원 (5 mg) |
| 증량 2 | 약 27만원 (1.0 mg) | 약 22만원 (7.5 mg) |
| 증량 3 | 약 32만원 (1.7 mg) | 약 27만원 (10 mg) |
| 유지 | 약 37만원 (2.4 mg) | (10–15 mg 구간 가변) |
같은 감량 목표라면 마운자로 쪽이 대체로 20–25% 정도 저렴하게 형성돼요.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기준 가격이고, 진료비·처방료·클리닉 패키지(체성분 분석, 혈액검사 포함 여부)에 따라 체감 총액은 크게 달라져요.
그리고 둘 다 비급여예요. 건강보험 적용 안 되고, 실손보험도 비만 치료 목적이면 보장 안 돼요. 전액 본인 부담이라는 게 가장 큰 허들이에요.
세마글루타이드, 9개 시장 브랜드 맵
해외에서 처방받거나, 해외 거주 한인이 현지에서 상담할 때 브랜드 이름이 갈려서 헷갈리는 일이 잦아요. 성분은 같은데 이름이 시장마다 달라요.
| 시장 | 비만 적응증 브랜드 | 당뇨 적응증 브랜드 |
|---|---|---|
| 한국 | 위고비 (2022-04 허가, 2024-10 출시) | 오젬픽 (2022-09) |
| 미국 | Wegovy 주사 (2021-06), 경구 25 mg (2026-01) | Ozempic, Rybelsus |
| 일본 | ウゴービ (2024-02 출시) | オゼンピック (2020-06) |
| 중국 본토 | 诺和盈 (2024-11 출시) | 诺和泰 (2021) |
| 대만 | 胰妥讚/Wegovy 비만 (2023) | 胰妥讚/Ozempic |
| 홍콩 | Wegovy (2023) | Ozempic |
| EU | Wegovy (2022-01) | Ozempic (2018-02), Rybelsus |
| 사우디 | Wegovy (2022–2023) | Ozempic |
| UAE | Wegovy (2023-07) | Ozempic |
티르제파타이드는 미국에서만 이름이 갈려요
| 시장 | 비만 적응증 브랜드 | 당뇨 적응증 브랜드 |
|---|---|---|
| 한국 | 마운자로 (2024-12 허가, 2025 출시) | 마운자로 (2023) |
| 미국 | Zepbound (비만 전용, 2023-11) | Mounjaro (2022-05) |
| 일본 | ❌ 비만 적응증 아직 없음 | マンジャロ (2022-09 허가, 2023-04 출시) |
| 중국 본토 | 穆峰达 (2024 허가, 2025 출시) | 穆峰达 (2024) |
| 대만 | 猛健樂 (2024) | 猛健樂 (2023) |
| 홍콩 | Mounjaro (2024) | Mounjaro |
| EU | Mounjaro (2023-12) | Mounjaro (2022-09) |
| 사우디 | Mounjaro (2024) | Mounjaro |
| UAE | Mounjaro (2024) | Mounjaro |
표를 뜯어보면 세 가지가 눈에 띄어요.
미국만 브랜드가 둘로 갈려요. 티르제파타이드는 미국에서 비만은 Zepbound, 당뇨는 Mounjaro예요. 그래서 미국 블로그·레딧을 읽고 "한국에서 젭바운드 처방되나요?" 하고 묻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엔 Zepbound라는 이름이 아예 없어요. 같은 성분이 마운자로라는 이름 하나로 나와요.
일본은 티르제파타이드 비만 허가가 아직 없어요. 당뇨용 マンジャロ는 2023년부터 처방되지만, 2026년 4월 현재 비만 적응증으로는 허가가 내려오지 않았어요. 일본 거주 중이라 현지에서 감량 목적으로 처방받고 싶다면, 비만 적응증으로는 ウゴービ(위고비)만 선택지가 돼요.
중국은 늦게 들어왔지만 한꺼번에 들어왔어요. 诺和盈(세마글루타이드 비만)은 2024년 11월 출시, 穆峰达(티르제파타이드)는 비만·당뇨 둘 다 2024년 허가예요. 중국 본토는 오프라벨 다이어트 시장이 워낙 컸기 때문에 허가 전 음성 유통이 많았는데, 2024–2025년에 정식 브랜드가 깔리면서 분위기가 빠르게 정돈되는 중이에요.
용량은 4주 간격으로 올라가요
한국에서도 증량 스케줄은 글로벌과 같아요. 4주 간격으로 단계를 올리면서 몸이 적응하는 걸 기다리는 구조예요.
-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 0.25 → 0.5 → 1.0 → 1.7 → 2.4 mg (5단계)
- 마운자로/티르제파타이드: 2.5 → 5 → 7.5 → 10 → 12.5 → 15 mg (6단계)
단계를 올린 직후 2–3일이 GI 증상의 피크예요. 메스꺼움·설사·변비·구토가 이때 집중적으로 올라왔다가, 보통 8–12주 안에 가라앉아요. 그래서 증량 타이밍은 여행·출장·중요한 자리와 겹치지 않게 조정하는 편이 무난해요.
용량을 꼭 최대까지 올려야 하는 건 아니에요. 본인이 감량 목표에 근접했고 체감 만족도가 괜찮다면 유지 용량으로 눌러 앉는 선택이 현실적이에요. 비용 관점에서도 마운자로는 10 mg에서 12.5/15 mg로 가면서 월 비용이 눈에 띄게 올라가는 구간이 있거든요.
부작용은 둘 다 위장관 쪽, 빈도가 달라요
대규모 임상에서 자주 보고된 부작용을 나란히 놓고 보면 이래요.
| 증상 | 세마글루타이드 (STEP 1) | 티르제파타이드 (SURMOUNT-1) |
|---|---|---|
| 메스꺼움 | 약 44% | 약 29% |
| 설사 | 약 30% | 약 21% |
| 구토 | 약 24% | 약 17% |
| 변비 | 약 24% | 약 17% |
빈도만 보면 티르제파타이드 쪽이 체감상 부드럽다고 하는 후기가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다만 개인차가 커서 티르제파타이드에서 더 고생하는 분들도 있고, 고용량(12.5/15 mg) 구간에서는 빈도가 다시 올라가는 경향이 있어요.
드물지만 양쪽 다 주의해야 하는 부작용도 같아요.
- 급성 췌장염 — 명치 주변 심한 통증이 오면 즉시 중단하고 진료 필요
- 담낭 문제 (담석·담낭염) — 빠른 체중 감소 자체가 위험 인자
- 당뇨망막병증 악화 — 당뇨 환자에서 세마글루타이드 쓸 때 보고된 이슈
- 인슐린·설포닐유레아 병용 시 저혈당
- 갑상선 수질암·MEN2 가족력은 금기 (블랙박스 경고)
마운자로 쓰시는 분들이 커뮤니티에 올리는 얘기 중에 "위고비보다 덜 울렁거려요" 후기가 많아요. 빈도 데이터와 일치하긴 하는데, 고용량으로 가면서 다시 위장이 예민해지더라는 후기도 꾸준히 올라와요.
진료 가기 전 체크리스트
상담 가기 전에 이 정도는 챙겨두면 진료 시간이 헛돌지 않아요.
- 현재 키·몸무게로 계산한 BMI (아시아 기준 30 이상이면 원칙상 대상)
- 27–30 구간이면 동반질환 확인 —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제2형당뇨, 지방간, 수면무호흡
- 최근 1년 건강검진 결과지 (혈당·갑상선·간수치·지질)
- 지금 먹고 있는 약 목록 (혈당약·항응고제·갑상선약·정신과 약 포함)
- 직계가족 갑상선암·MEN2 병력 여부
- 6개월 이상 꾸준히 맞을 예산이 확보돼 있는지
- 월 17–37만원 비급여를 어느 달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
진료실에서 던져볼 질문 5–8개
진료 예약 잡으셨으면 이 질문지는 카톡에 복사해 두시면 좋아요.
- 제 BMI와 동반질환으로 봤을 때 두 약 중 어느 쪽이 더 맞을까요
- 지금 먹는 약과 상호작용 문제는 없을까요
- 증량 스케줄은 어떻게 잡을 생각이세요 — 기본 4주인지, 더 천천히 갈지
- 메스꺼움이 심하면 어떻게 조절해주시나요 — 용량 유지인지, 반 단계 낮추는지
- 6개월 뒤 체중·체성분·혈액검사는 어떻게 추적하세요
- 감량 목표 도달 후 약을 끊거나 줄일 때 어떻게 진행하세요
- 여행·출장 때 주사 보관과 투약 빠짐은 어떻게 하는 게 맞을까요
한국 시장에서 지금 알아둘 현실
2026년 4월 기준으로 한국에서 신경 써야 할 게 몇 가지 있어요.
해외직구는 막혀 있어요. 2024년 10월 식약처가 위고비·마운자로를 포함한 비만 치료 주사제의 해외직구를 전면 차단했어요. 개인 수입도 냉장 유통과 정품 확인 문제가 커서 사실상 비추예요. 합법적으로 받는 경로는 국내 처방 한 가지예요.
공급은 점차 풀리는 중. 위고비는 출시 직후 수요가 몰려 물량 부족이 있었지만, 2025년 하반기부터 공급이 안정화됐어요. 마운자로는 2025년 초 출시 직후 일부 용량(7.5/10 mg)이 품절되는 구간이 있었는데, 지금은 대부분 용량이 정상 공급되고 있어요.
다만 가격은 당분간 비급여로 유지될 전망이에요. 비만 치료제를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 넣어야 한다는 논의가 학회와 국회에서 몇 년째 반복되지만, 재정 부담과 적응증 기준 문제로 단기간에 전환되기는 쉽지 않아요. 여기선 비급여 현실을 전제로 계획하는 편이 안전해요.
오젬픽 오프라벨은 과거만큼 쉽지 않아요. 오젬픽은 당뇨 적응증이라 비당뇨 비만에 쓰려면 오프라벨 처방이 필요한데, 위고비 공급이 풀리면서 대부분의 비만 클리닉이 원칙대로 위고비 쪽으로 넘어갔어요. 가격 차이도 크지 않아서 오프라벨 루트를 굳이 고수할 이유가 줄었어요.
결국 선택은 어느 쪽으로 기울까
두 약 다 효과는 분명해요. 고르는 기준은 대략 이렇게 갈려요.
감량 폭을 최대로 뽑고 싶고 예산에 여유가 있다면 티르제파타이드(마운자로) 쪽이 데이터상 앞서요. 72주 기준 평균 20% 전후를 실제로 낼 수 있는 약이고, GI 부작용 빈도도 조금 더 낮아요.
심혈관 이득까지 함께 보고 있거나 이미 위고비로 좋은 반응을 보고 있다면 세마글루타이드를 굳이 바꿀 이유는 없어요. SELECT 임상으로 뒷받침된 심혈관 라벨은 아직 티르제파타이드에는 없고, 2027–2028년 SURPASS-CVOT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이 격차가 유지될 거예요.
경구제가 절실한 경우 — 주사 거부감이 심하거나, 자가주사가 어려운 환경이면 — 현재 한국에서 허가된 먹는 GLP-1은 리벨서스뿐이에요. 미국에서 출시된 먹는 위고비 25 mg은 아직 한국 허가가 없어요. 경구제 선택지는 당분간 세마글루타이드 계열에서 먼저 넓어질 가능성이 커요.
그리고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 하나. 월 17만원이든 37만원이든, 6개월 이상 꾸준히 이어가지 못하면 대부분의 효과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요. 임상에서도 약을 중단하면 1년 안에 감량분의 상당 부분이 되돌아오는 게 반복적으로 관찰돼요. 약을 정할 때 "6개월 뒤 내가 이 가격을 유지할 수 있을까"를 같이 계산하는 게, 어떤 약을 고르냐보다 더 무거운 질문이에요.
다음 진료 때는 본인 BMI와 동반질환, 예산을 같이 열어두고 선생님과 이야기해보세요. 약은 정보 한 장으로 정해지는 게 아니에요. 6개월 동안 옆에서 용량과 부작용을 같이 조율해줄 사람과 맞춰가는 쪽이 결과가 훨씬 깔끔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