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동의서에 사인할 때만 해도 이번엔 끝이라고 믿었을 거예요. 위소매절제든 위우회든, 큰맘 먹고 몸에 칼을 댄 일이니까요. 그런데 2년쯤 지나니 체중계 숫자가 슬그머니 올라가기 시작해요. 한 5kg, 어느새 10kg. 거울 앞에서 드는 생각은 대개 비슷하죠. "수술까지 했는데, 이것도 못 지키나."
먼저 이것부터요. 수술 뒤에 체중이 돌아오는 건 드문 일이 아니에요. 의지가 약해서도, 수술이 잘못돼서도 아니고요. 그래서 다음 단계로 GLP-1, 그러니까 삭센다나 위고비 같은 주사 이야기가 나오는 거예요. 다만 이 주사가 무엇을 보여줬고 무엇은 아직 못 보여줬는지를 같이 봐야, 막연한 기대나 죄책감 없이 판단할 수 있어요.
수술 후 다시 찌는 건 흔한 일이에요
비만 대사수술은 위의 크기나 소화 경로를 바꿔서 적게 먹어도 포만감이 오게 만드는 치료예요. 효과는 분명하죠. 그런데 우리 몸은 줄어든 체중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아요. 식욕을 키우는 호르몬은 늘고, 포만감을 주는 신호는 줄고, 기초대사량까지 떨어지면서, 빠진 살을 다시 채우려는 방향으로 조용히 밀어붙이거든요.
그래서 수술로 한참 빠졌다가도 어느 순간부터 일부가 돌아오거나, 애초에 기대만큼 안 빠지는 사람이 생겨요. 게으름이 아니라 생리적으로 흔한 흐름이에요. 수술이 실패한 것도, 몸이 고장 난 것도 아니고요.
수술 후 체중이 일부 돌아오거나 충분히 안 빠지는 건 의지 문제가 아니라 흔한 생물학이에요. 그래서 이 시점에 약을 더하는 게 '실패의 증거'가 아니라 '다음 도구'일 수 있어요.
이 흐름을 부르는 이름이 따로 있어요. 체중 재증가, 그리고 불충분 반응. 잠시 뒤에 볼 두 임상이 바로 이런 사람들, 그러니까 수술받은 지 한참 됐는데 충분히 안 빠진 사람들만 따로 모은 시험이에요. "나 같은 사람한테도 통하나"라는 질문에 비교적 곧장 닿는 데이터라는 뜻이죠.
수술이 멈춘 자리에 GLP-1을 얹는다는 발상
GLP-1은 원래 우리 몸이 식사 후에 내보내는 호르몬이에요. 식욕을 누르고 포만감을 오래 끌어주는 쪽으로 작용하죠. 리라글루타이드(삭센다)나 세마글루타이드(위고비)는 이 호르몬을 흉내 낸 약이고요. 수술이 위의 '용량'을 줄이는 일이라면, GLP-1은 '식욕 신호' 쪽을 건드린다고 보면 돼요.
여기서 발상이 나와요. 수술 뒤에 체중이 돌아오는 게 늘어난 식욕과 줄어든 포만감 탓이라면, 바로 그 부분을 다루는 약을 얹으면 어떨까. 한쪽이 손대지 못한 자리를 다른 쪽이 받쳐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거죠.
가설이 가설로 끝나지 않으려면 데이터가 필요해요. 그것도 일반 비만 환자가 아니라, 수술을 이미 받은 사람에게 실제로 더해서 본 데이터가요. 마침 그런 시험이 둘 있어요. BARI-OPTIMISE와 BARI-STEP이에요. 하나씩 볼게요.
BARI-OPTIMISE — 리라글루타이드를 24주 더해보니
BARI-OPTIMISE는 리라글루타이드 3.0mg을 매일 주사로 더해본 무작위 임상이에요. 설계가 단단해요. 이중맹검에 위약 대조, 그러니까 의사도 환자도 누가 진짜 약을 맞는지 모르게 하고 가짜 주사 그룹과 비교했어요. 런던의 두 병원에서 돌린 작은 2상 시험이고요.
대상이 핵심이에요. 비만 대사수술을 받은 지 1년 넘은 사람들 가운데, 수술 날 이후로 체중이 20% 넘게는 안 빠진 사람만 모았어요. 딱 이 글을 읽고 있을 법한 사람들이죠. 참가자는 70명, 평균 나이 47.6세에 74%가 여성이었어요. 기간은 24주, 약 6개월이고요.
결과를 볼게요. 24주 뒤 체중 변화는 리라글루타이드 그룹이 평균 8.82% 감소, 위약 그룹은 0.54% 감소였어요. 두 그룹 차이는 8.03%포인트(95% 신뢰구간 5.66에서 10.39, P값은 0.001 미만)였고요. 풀어 말하면, 가짜 주사를 맞은 쪽은 거의 제자리였는데 진짜 약을 더한 쪽은 6개월 만에 평균 8%가량 더 빠졌다는 뜻이에요.
| 표현 | 무슨 뜻인가요 |
|---|---|
| 8.82% 감소 | 리라글루타이드 그룹의 체중이 기준선 대비 줄어든 정도 |
| 0.54% 감소 | 위약(가짜 주사) 그룹의 체중 변화 — 거의 제자리 |
| 8.03%포인트 차이 | 약을 더한 쪽이 위약보다 더 빠진 정도(군간 차이) |
수치만 보면 솔깃하죠. 그런데 같이 적어둘 게 있어요. 이 시험은 24주, 그러니까 반년짜리예요. 6개월 시점의 사진 한 장이지, 그 뒤로 어떻게 이어지는지까지는 이 시험 하나로 답할 수 없어요. 표본도 70명으로 작고요. 효과 숫자와 이 한계는 같은 무게로 봐야 해요.
BARI-STEP — 세마글루타이드, 더 큰 신호
BARI-STEP은 한 발 더 나간 시험이에요. 이번엔 세마글루타이드 2.4mg을 주 1회 주사로 더했어요. 수술 후 환자에게 세마글루타이드를 직접 더해 본 무작위 임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고요. 역시 이중맹검, 무작위 배정, 위약 대조로 단단하게 설계했어요.
대상은 BARI-OPTIMISE와 결이 같아요. 위우회나 위소매절제를 받은 지 1년 넘었는데 반응이 충분치 않은 사람, 그러니까 수술 후 감량이 20%에 못 미친 사람들이었어요. 참가자는 70명, 평균 47.3세에 82.9%가 여성이었고요. 기간은 68주로, BARI-OPTIMISE보다 훨씬 길어요. 약 1년 3개월(68주)이죠.
결과가 인상적이에요. 68주 뒤 세마글루타이드 그룹은 체중이 평균 18.0% 감소, 위약 그룹은 0.4% 증가했어요. 보정한 군간 치료 차이는 19.18%포인트(95% 신뢰구간 14.8에서 23.4, P값은 0.001 미만)였고요. 위약 쪽이 오히려 살짝 늘어난 동안, 약을 더한 쪽은 약 1년 3개월에 걸쳐 평균 18%가 빠졌다는 얘기예요.
| 표현 | 무슨 뜻인가요 |
|---|---|
| 18.0% 감소 | 세마글루타이드 그룹의 체중이 기준선 대비 줄어든 정도 |
| 0.4% 증가 | 위약 그룹의 체중 변화 — 오히려 살짝 늘어남 |
| 19.18%포인트 차이 | 약을 더한 쪽이 위약보다 더 빠진 정도(보정 군간 차이) |
리라글루타이드 24주의 8.03%포인트와 세마글루타이드 68주의 19.18%포인트를 나란히 두면, 더 길게 더 강한 약을 썼을 때 격차가 더 벌어진 그림이에요. 약도 기간도 달라서 두 숫자를 직접 견주긴 어렵지만, 수술 후 환자에게 GLP-1을 더하는 쪽에 무게를 실어주는 결과인 건 분명하죠.
70명짜리 시험 둘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여기서 한 박자 쉬어야 해요. 숫자가 크다고 곧장 "그럼 나도"로 넘어가긴 일러요.
두 시험 다 참가자가 70명이에요. 작은 규모죠. 작은 시험에서 나온 결과는 더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다시 확인하기 전까지는 잠정적이에요. 게다가 BARI-OPTIMISE는 24주, 반년밖에 안 봤어요. 약을 멈추면 어떻게 되는지, 몇 년 뒤에도 효과와 안전이 유지되는지는 이 데이터 너머의 영역이고요.
표본 70명, 한쪽은 24주. 이건 약을 깎아내리는 말이 아니라, 결과를 어디까지 믿을지 정하는 좌표예요. 작고 짧은 시험의 신호는 더 큰 시험으로 채워질 자리예요.
약이 별로라는 뜻이 아니에요. 새 치료가 자리를 잡기까지 거치는 자연스러운 단계예요. 효과 신호는 분명히 나왔고, 그 신호의 크기와 지속성은 더 큰 시험으로 확인해 갈 부분이라는 거죠. 그래서 이 글의 어떤 숫자도 "당신도 8%, 18% 빠진다"는 약속으로 읽으면 안 돼요. 평균값이라 사람마다 반응 폭이 넓고, 임상 참가자와 내 조건은 다를 수 있거든요.
수술과 약은 경쟁자가 아니에요
흔한 오해 하나를 풀고 갈게요. "약으로 이만큼 빠진다면 수술은 왜 했나", 혹은 "어차피 약 쓸 거면 수술은 헛수고였나" 하는 생각이요.
그렇게 볼 일이 아니에요. 수술은 위의 용량과 소화 경로를 바꾸고, GLP-1은 식욕과 포만 신호를 건드려요. 손대는 지점이 서로 다른 거죠. 한쪽이 멈춘 자리를 다른 쪽이 받쳐주는 보완 관계지, 누가 더 낫다를 가리는 시합이 아니에요. 실제로 두 시험 모두 '수술 대신 약'이 아니라 '수술받은 사람에게 약을 더했더니'를 본 거고요.
그러니 수술이 실패했다는 프레임부터 내려놓는 게 좋아요. 수술로 체중을 한참 끌어내렸고, 시간이 지나며 일부가 돌아온 자리에 다른 도구를 얹는 것뿐이에요. 당뇨가 있는 사람이 약 하나로 안 되면 두 번째 약을 더하듯, 비만 치료도 한 가지 도구로 끝까지 가야 한다는 법은 없어요.
이 관점이 왜 중요하냐면요. "수술까지 했는데 약을 또"라는 자책에 갇히면, 정작 도움이 될 다음 단계를 놓치기 쉽거든요. 재증가는 흔하고, 그 자리에 더할 도구가 생겼다 — 이렇게 보는 편이 사실에도 맞고 마음에도 덜 무거워요.
아직 '그 용도'로 승인된 약은 아니에요
여기서 꼭 분명히 할 게 있어요. 수술 후 체중 재증가나 불충분 감량을 겨냥해 GLP-1을 쓰는 건, 어디에서도 그 용도로 따로 승인된 적이 없어요.
리라글루타이드(삭센다)와 세마글루타이드(위고비)는 '비만' 자체에 대해 승인된 약이에요. 미국 FDA 기준으로 삭센다는 2014년, 위고비는 2021년에 비만 적응증으로 허가됐고요. 그러니까 '수술받은 사람의 재증가에 더한다'는 건 비만이라는 큰 적응증 안에서 이뤄지는 임상 연구이자 전문의 판단의 영역이지, 별도로 도장 찍힌 사용법이 아니에요. 흔히 말하는 허가 외 사용, 오프라벨에 가까운 셈이죠.
이게 왜 중요할까요. 승인된 표준 사용법이 아니라는 건, 정해진 용량 단계나 모니터링 지침이 그만큼 덜 다져졌다는 뜻이거든요. 그래서 더더욱 혼자 판단해 약을 구해 쓰는 일이 아니라, 비만 대사 전문의나 수술팀과 함께 결정할 일이에요.
한국 사정도 짚을게요. 위고비는 2024년 국내에 들어왔고 삭센다도 처방받을 수 있어요. 다만 비만 치료는 건강보험이 안 되는 비급여예요. 실손보험으로도 비만 치료비는 보전되지 않고요. 수술 후 재증가에 약을 더하면 그 비용이 고스란히 본인 부담이라, 효과만큼이나 현실적인 무게로 다가오는 부분이에요. 처방은 가정의학과나 비만 클리닉, 내분비내과에서 보는데, 정가 범위는 용량과 시기에 따라 달라지니 처방을 받는 병원에서 확인하는 게 정확해요.
위장관, 췌장, 갑상선 — 안전 경계
효과만 보고 결정할 수는 없어요. 안전 정보도 같은 비중으로 봐야죠.
가장 흔한 건 위장관 쪽이에요. BARI-OPTIMISE에서 이상반응은 주로 위장관 증상이었고, 리라글루타이드 그룹에서 80%, 위약 그룹에서 57%로 나타났어요. 메스꺼움, 구토, 설사 같은 증상이죠. 다만 같은 시험에서 중대 이상반응이나 치료 관련 사망은 0건이었어요. 흔하지만 대개 견딜 만한 수준이라는 신호고요. 수술로 이미 소화 구조가 바뀐 몸이라 위장관 증상을 어떻게 느끼는지는 사람마다 달라서, 단계 조절을 의료진과 맞춰가는 게 중요해요.
조금 더 무겁게 봐야 할 신호도 있어요. GLP-1 계열에서는 급성 췌장염이 보고된 적이 있어요. 드물지만 치명적인 경우까지 포함해서요. 그래서 췌장염이 의심되는 증상, 이를테면 가라앉지 않는 심한 복통이 나타나면 약을 멈추고 곧바로 진료를 받아야 해요.
| 항목 | 리라글루타이드 3.0mg | 위약 |
|---|---|---|
| 전체 이상반응 | 80% | 57% |
| 중대 이상반응 | 0건 | 0건 |
| 치료 관련 사망 | 0건 | 0건 |
성분 차원에서 미리 알아둘 절대 금기도 있어요. 비만용 리라글루타이드(삭센다) 라벨에는 갑상선 C세포 종양과 관련한 박스경고가 붙어 있어요. 본인이나 가족 중에 갑상선수질암(MTC)이나 제2형 다발성내분비선종증(MEN2) 병력이 있으면 쓰면 안 되는 절대 금기고요. 이런 가족력·병력은 처방을 고민하기 전에 의료진과 반드시 나눠둬야 하는 정보예요.
수술팀·전문의에게 물어볼 것들
진료실에 막상 앉으면 뭘 물어야 할지 막막하죠. 미리 적어 가면 좋은 질문을 추려봤어요.
- 제 수술 후 경과를 보면, 지금 체중 재증가가 약을 더해볼 만한 상황인가요?
- GLP-1을 더한다면 어떤 약(리라글루타이드/세마글루타이드)이 제 경우에 맞을까요?
- 수술로 소화 구조가 바뀌었는데, 시작 용량과 단계 올리는 일정은 어떻게 잡나요?
- 가족 중에 갑상선수질암이나 MEN2 병력이 있는데, 이게 금기에 해당하나요?
- 위장관 증상이 심할 때 어떻게 대처하고, 언제 병원에 연락해야 하나요?
- 췌장염 같은 신호는 어떻게 알아채야 하나요?
- 비급여 비용은 대략 어느 정도이고, 효과를 어느 시점에 다시 평가하나요?
이 질문들을 들고 가면 막연한 불안 대신 구체적인 대화를 할 수 있어요. 하나 덧붙이면, 약을 더하더라도 식습관과 활동량이라는 토대는 그대로 가져가야 해요. 임상 참가자들도 약만 덩그러니 맞은 게 아니거든요. 약은 그 토대 위에 얹는 보조 수단이에요.
그래서, 정직하게 짚으면
수술 후에 체중이 돌아오는 건 흔한 일이고, 내 의지가 약해서도 수술이 실패해서도 아니에요. 그 자리에 GLP-1을 더하는 발상에는 근거가 있어요. 수술 환자만 모은 두 무작위 시험에서, GLP-1은 위약보다 의미 있게 더 빼줬어요. 리라글루타이드는 24주에 8.03%포인트, 세마글루타이드는 68주에 19.18%포인트 차이로요(둘 다 P값 0.001 미만).
동시에 보여주지 못한 것도 또렷해요. 두 시험 다 70명짜리 작은 규모이고, 한쪽은 24주로 짧아요. 약을 멈춘 뒤나 몇 년 뒤의 그림은 아직 채워질 자리고요. '수술 후 재증가'라는 용도로 승인된 약은 없어서 전문의 판단과 안전 경계가 자가 사용보다 먼저예요. 위장관 증상은 흔하고, 췌장염 의심 시 중단, 갑상선 관련 금기 같은 테두리도 함께 가요.
그러니 수술과 약은 경쟁자가 아니라 같은 편의 두 도구라는 게 핵심이에요. 다음 단계가 궁금하다면, 다음 진료 때 수술팀이나 비만 대사 전문의에게 내 경과를 펼쳐놓고 물어보는 게 가장 빠른 길이에요. 이 글은 공개된 임상시험과 학술 논문을 바탕으로 한 정보 제공이고, 실제 처방과 복용 여부는 의사와 상의해 정하세요.
출처
이 글의 사실 주장은 아래 1차 출처에 대조해 검증했습니다.
- PubMed (NIH)pubmed.ncbi.nlm.nih.gov/37494014
- PubMed (NIH)pubmed.ncbi.nlm.nih.gov/4217425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