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주에 24% 빠지는 약이 나왔다." 이 한 줄을 어디선가 보고 여기까지 오셨을 거예요. 위고비도 마운자로도 알고, 어쩌면 지금 한 가지를 쓰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 그래요. 숫자가 사실이라면 갈아타야 하나, 아니면 더 기다려야 하나 싶고요.
그 마음에 답이 될 두 문장부터 꺼낼게요. 24%라는 숫자는 실제 임상에서 나온 값이에요. 그리고 그 약은 2026년 6월 지금, 어느 나라에서도 처방받을 수 없어요. 이 두 문장이 동시에 사실이라는 게 이 이야기의 거의 전부예요.
약 이름은 레타트루타이드(retatrutide)예요. 임상에서는 LY3437943이라는 코드명으로 더 자주 불렸고요. 상품명은 아직 없어요. 허가가 안 났으니 붙일 이름도 없는 거죠.
약 하나가 수용체 세 개를 동시에 건드린다
위고비와 마운자로를 떠올려보면 이해가 빨라요.
위고비의 성분 세마글루타이드는 GLP-1이라는 수용체 하나에 작용해요. 마운자로의 성분 터제파타이드는 거기에 GIP라는 수용체를 하나 더 얹었고요. 한 개에서 두 개로 늘어난 셈이에요.
레타트루타이드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가요. 분자 하나로 GIP, GLP-1, 그리고 글루카곤(glucagon)까지 수용체 세 개를 한꺼번에 자극해요. 그래서 '3중 작용제'라고 불러요.
| 약(성분) | 작용하는 수용체 | 수용체 개수 |
|---|---|---|
| 세마글루타이드 | GLP-1 | 1개 |
| 터제파타이드 | GIP + GLP-1 | 2개 |
| 레타트루타이드 | GIP + GLP-1 + 글루카곤 | 3개 |
여기서 헷갈리기 쉬운 지점이 하나 있어요. 수용체를 더 많이 건드린다고 효과가 무조건 산술적으로 더 커지는 건 아니에요. 다만 작용하는 길목이 늘어나면 몸의 여러 경로를 동시에 두드릴 여지가 생기는데, 글루카곤이 바로 그 새로 추가된 길목이에요.
혈당 올리는 호르몬을 왜 살 빼는 약에 넣었을까
글루카곤이라는 단어를 보고 갸웃하셨다면, 정확한 감각이에요.
글루카곤은 평소 우리 몸에서 혈당을 끌어올리는 호르몬이거든요. 공복이 길어지거나 혈당이 떨어질 때 간에 저장된 당을 풀어내는 역할을 해요. 그런데 살 빼는 약에 혈당 올리는 호르몬을 넣는다니, 방향이 반대처럼 들리잖아요.
핵심은 글루카곤 수용체를 자극하면 에너지 소비, 그러니까 몸이 태우는 칼로리 자체가 늘어날 거라고 보는 가설이에요. GLP-1 계열이 주로 식욕을 눌러 '덜 먹게' 하는 쪽이라면, 글루카곤 쪽은 '더 태우게' 만드는 방향을 노린다는 거죠. 먹는 양을 줄이는 동시에 쓰는 양을 늘리면 감량 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그림이에요.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작용 가설이에요. "이 시험에서 에너지 소비가 몇 % 늘었다"는 식의 측정 결과가 아니라, 왜 더 빠질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메커니즘 쪽 이야기라는 점은 분명히 해두는 게 좋아요. 혈당 측면에서도 글루카곤 자극이 어떻게 균형을 잡는지는 더 큰 시험에서 계속 지켜봐야 할 부분이고요.
글루카곤은 평소 혈당을 올리는 호르몬이에요. 살 빼는 약에 넣은 건 '에너지 소비를 늘린다'는 가설 때문이고, 아직 측정으로 못 박은 결론이 아니라 작용 원리 쪽 이야기예요.
임상에서 실제로 뭘 시험했나
숫자를 보기 전에 어떤 판을 깔고 본 데이터인지 알아두면 좋아요.
비만이 있는 성인을 대상으로 한 Phase 2 시험이었어요. 참가자를 무작위로 나눠서, 한쪽은 레타트루타이드를 1mg, 4mg, 8mg, 12mg 중 한 용량으로, 다른 한쪽은 위약(가짜 약)을 받게 했어요. 주사는 주 1회, 기간은 48주였고요. 1차 평가 시점은 24주째 체중 변화였어요.
여기서 'Phase 2'라는 단어를 기억해두세요. 약을 사람에게 본격적으로 써보는 중간 단계예요. 더 적은 인원으로 "효과가 날 것 같은지, 어느 용량이 괜찮은지"를 가늠하는 자리지, 최종 승인을 위한 대규모 검증은 아니에요. 그 검증은 다음 단계인 Phase 3의 몫이고요.
24%라는 숫자, 뜯어보면
먼저 1차 평가 시점인 24주째예요. 12mg 용량에서 평균 체중이 17.5% 줄었어요. 같은 기간 위약군은 1.6% 감소에 그쳤고요.
정작 화제가 된 건 48주째 숫자예요.
| 시점 / 용량 | 평균 체중 변화 |
|---|---|
| 24주, 12mg | 마이너스 17.5% |
| 48주, 8mg | 마이너스 22.8% |
| 48주, 12mg | 마이너스 24.2% |
| 48주, 위약 | 마이너스 2.1% |
48주째 12mg에서 평균 24.2%가 빠졌어요. 8mg에서도 22.8%였고요. 헤드라인에 붙은 '약 24%'가 바로 이 숫자예요.
평균만 보면 감이 잘 안 오죠.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얼마나 빠졌는지도 같이 볼게요. 48주째 12mg을 받은 사람들 기준이에요.
| 감량 기준 | 12mg 도달 비율 | 위약 도달 비율 |
|---|---|---|
| 5% 이상 감량 | 100% | 27% |
| 10% 이상 감량 | 93% | 9% |
| 15% 이상 감량 | 83% | 2% |
12mg 그룹에선 5% 이상 빠진 사람이 100%였어요. 10% 이상도 93%, 15% 이상이 83%였고요. 위약군이 각각 27%, 9%, 2%였던 것과 나란히 놓고 보면 차이가 확연하죠.
연구진의 결론도 담백했어요. 48주 동안 상당한 체중 감소가 있었고, 단 이건 Phase 2 결과이며 더 크고 긴 Phase 3 시험이 진행 중이라는 거예요.
위고비·마운자로랑 견줘보면
여기서 한 가지만 약속하고 갈게요. 지금부터 나오는 비교는 '대략적인' 비교예요.
레타트루타이드 24%와 위고비·마운자로 숫자를 한 줄에 세우면 직접 맞붙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각각 다른 시험에서 나온 값이에요. 시험 기간도, 참가자 구성도, 측정 방식도 달라요. 같은 링에서 붙인 결과가 아니라 서로 다른 경기에서 낸 기록을 옆에 놓아본 것뿐이에요.
| 약(성분) | 시험 / 기간 | 평균 감량 |
|---|---|---|
| 세마글루타이드 | STEP 1 / 68주 | 마이너스 14.9% |
| 터제파타이드 | SURMOUNT-1 15mg / 72주 | 마이너스 20.9% |
| 레타트루타이드 | Phase 2 12mg / 48주 | 마이너스 24.2% |
숫자만 보면 레타트루타이드가 가장 높아요. 게다가 48주로 기간도 더 짧았고요. 그래서 기대가 큰 거예요.
하지만 STEP 1은 68주, SURMOUNT-1은 72주짜리 시험이에요. 기간이 길수록 감량 곡선이 평평해지는 구간까지 본다는 뜻이라, 48주 숫자와 1:1로 비교하면 한쪽에 유리하게 기울 수 있어요. 그래서 "레타트루타이드가 더 세다"가 아니라 "지금까지 나온 숫자가 더 높게 잡혔다" 정도로 받아들이는 게 정확해요.
참가자 구성도 시험마다 달라요. 시작 체중, 나이대, 동반질환 비율이 조금씩 다르면 같은 약이라도 평균 감량 폭이 달라지기 쉬워요. 카페나 커뮤니티에서 "이 약이 저 약보다 10% 더 빠진대" 식으로 도는 비교가 위험한 이유가 여기 있어요. 옆에 세워둔 숫자를 곧장 우열로 읽으면, 정작 내 몸에서 나올 결과와는 멀어지거든요.
가장 중요한 단서: 아직 못 쓰는 약이에요
여기가 이 글에서 제일 중요한 대목이에요.
레타트루타이드는 2026년 6월 기준 미국, 한국을 포함해 어느 나라에서도 승인되지 않았어요. 상품명도 없어요. 비만 치료 목적으로 병원에서 처방받는 길이 아예 없다는 뜻이에요. 위고비나 마운자로처럼 "비급여로라도 맞을 수 있나" 같은 질문 자체가 아직 성립하지 않아요.
24%라는 숫자는 분명 실제 데이터예요. 그런데 데이터가 실재한다는 것과 지금 쓸 수 있다는 건 완전히 다른 얘기거든요. 지금 단계에서 우리 손에 쥔 건 Phase 2 결과 하나예요. 더 많은 사람을 더 오래 추적하는 Phase 3 결과와 장기 안전성 데이터가 나와야 비로소 승인 심사대에 오를 수 있어요.
그러니까 해외직구나 비공식 경로로 미리 구해보려는 생각은 접어두는 게 좋아요. 정식 허가도, 품질 보증도, 안전한 처방·추적 체계도 없는 약을 혼자 쓰는 건 위험이 너무 커요. 출처를 알 수 없는 주사제는 성분과 용량을 보장할 길이 없고, 문제가 생겨도 기댈 데가 없거든요. 한국에선 GLP-1 비만 치료가 비급여라 그렇잖아도 비용 부담이 있는데, 미승인 약은 그 이전의 문제예요. 살 수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애초에 처방 경로가 열려 있지 않다는 게 핵심이에요.
24%는 실제 데이터예요. 하지만 숫자가 진짜라는 것과 지금 처방받을 수 있다는 건 다른 얘기예요. 레타트루타이드는 아직 연구단계 약물이라 어디서도 살 수 없어요.
효과가 큰 만큼 따라오는 위장관 부작용
기대치를 잠깐 내려놓고 부작용도 같이 보는 게 공평해요.
가장 흔했던 건 위장관 쪽이었어요. 메스꺼움, 구토, 설사 같은 증상이요. GLP-1 계열을 써본 사람이라면 익숙한 그림일 거예요. 특징이 몇 가지 있어요.
- 용량에 비례해서 늘어났어요. 높은 용량일수록 위장관 증상이 더 자주 나타났다는 뜻이에요.
- 대부분 경증에서 중등도 수준이었어요.
- 낮은 시작 용량으로 출발하면 어느 정도 누그러지는 흐름이 보였고요.
이 '낮게 시작해서 천천히 올린다'는 건 위고비나 마운자로의 단계 올리기와 비슷한 결이에요. 한 번에 높은 용량으로 들어가지 않고 몸이 따라올 시간을 주는 거죠. 위고비를 써본 사람이라면 0.25mg에서 시작해 몇 주 간격으로 단계를 올렸던 기억이 있을 텐데, 그 이유가 바로 이 위장관 적응 때문이에요.
다만 부작용이 용량에 비례한다는 건, 효과가 가장 큰 12mg 같은 고용량을 노릴수록 위장관 부담도 같이 커질 수 있다는 뜻이라 마냥 가볍게 볼 일은 아니에요. 감량 숫자가 크다는 건 그만큼 몸이 받는 변화도 크다는 신호이기도 하거든요. 효과와 불편함은 같은 다이얼의 양쪽 끝에 있는 셈이라, 둘을 따로 떼어 생각하기 어려워요.
안전성의 경계선은 아직 비어 있어요
부작용 이야기에서 한 가지 선을 더 그어둘게요.
지금 시판 중인 GLP-1 계열 약들에는 갑상선 C세포종양 관련 박스경고가 붙어 있어요. 의약품 경고 중에서도 가장 강한 등급이에요. 그래서 갑상선수질암(MTC)의 개인력이나 가족력이 있거나, MEN2라는 내분비 증후군이 있는 사람에게는 쓰면 안 돼요. 절대 금기예요.
그럼 레타트루타이드는 어떠냐. 여기서 정직하게 말해야 해요. 레타트루타이드는 아직 연구단계라 장기 안전성이 확립되지 않았어요. "안전하다"고 단정할 근거도, "위험하다"고 겁줄 근거도 지금은 충분치 않다는 게 솔직한 상태예요.
| 구분 | 시판 중 GLP-1 계열 | 레타트루타이드 |
|---|---|---|
| 승인 여부 | 비만 치료로 승인됨 | 어느 나라에서도 미승인 |
| 박스경고 | 갑상선 C세포종양 경고 있음 | 연구단계, 장기 안전성 미확립 |
| 처방 가능 | 비급여로 처방 가능 | 처방 불가 |
이 표를 보면 왜 지금 들뜨면 안 되는지가 더 분명해져요. 감량 숫자는 앞서지만, 안전성의 지도는 아직 거의 비어 있는 상태거든요. 시간을 두고 채워져야 할 칸이 많아요.
그럼 지금 우리는 뭘 하면 될까
위고비나 마운자로를 이미 쓰고 있다면, 가장 현실적인 답은 '지금 갈아탈 대상이 없다'예요. 갈아탈 약 자체가 시장에 없으니까요. 지금 쓰는 약과 용량을 잘 유지하면서, 변화가 필요하면 그건 담당 의사와 상의할 영역이에요.
새로 시작을 고민 중이라면, 레타트루타이드를 기다리느라 지금 할 수 있는 선택을 미루는 건 아쉬워요. 한국에서 비만 치료 상담을 시작할 수 있는 창구는 보통 이런 곳들이에요.
- 내분비내과
- 가정의학과
- 비만 클리닉
진료실에서 굳이 레타트루타이드 이름을 꺼낼 필요는 없어요. 대신 내 BMI와 동반질환, 지금까지의 감량 시도, 현재 복용 중인 약을 정리해 가면 어떤 선택지가 가까운지 훨씬 빨리 좁혀져요. 새 약 이름을 외우는 것보다 그 준비가 더 멀리 가거든요. 메모 앱에 키와 몸무게, 허리둘레, 혈압이나 혈당 수치, 예전에 써본 약과 그때 느낀 부작용을 한 줄씩 적어두는 정도면 충분해요. 막상 상담이 시작되면 그 메모가 곧장 기준점이 돼주거든요.
그래서 언제쯤 쓸 수 있을까
가장 궁금한 질문일 텐데, 정직한 답은 "지금은 못 박을 수 없다"예요.
Phase 2가 끝났고 Phase 3가 진행 중이라는 게 현재 공개된 사실이에요. Phase 3는 더 많은 사람을 더 오래 추적해서 효과와 안전성을 검증하는 단계라 시간이 꽤 걸려요. 그 결과가 나오고, 규제기관 심사를 통과하고, 나라별 허가 절차까지 거쳐야 비로소 처방이 가능해져요.
특히 한국은 한 단계가 더 있어요. 미국 FDA 승인이 곧 한국 식약처 허가는 아니거든요. 글로벌 신약이 미국에서 먼저 나오고 한국에 들어오기까지는 보통 시간차가 있어요. 위고비도 미국 승인은 2021년이었지만 한국 정식 출시는 한참 뒤였죠. 마운자로 역시 한국 도입 소식이 오래 화제였고요. 그러니 레타트루타이드를 두고 "내년이면 맞겠지" 같은 기대는 너무 앞서간 거예요. 미국 승인조차 아직 나지 않은 단계라는 걸 생각하면 더 그래요.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자세는, 24%라는 숫자에 들뜨기보다 Phase 3 결과와 장기 안전성 데이터를 차분히 기다리는 거예요. 실재하는 데이터지만 아직 못 쓰는 약, 이 둘 사이의 간격을 정확히 아는 것만으로도 불필요한 조급함은 많이 덜어낼 수 있어요.
레타트루타이드는 임상에서 인상적인 숫자를 냈지만, 결국 Phase 3가 그 숫자를 지켜낼지가 관건이에요. 그때까지는 진행 중인 연구로 기억해두면 충분해요.
이 글은 공개된 임상시험과 학술 논문을 바탕으로 정리한 정보예요. 진단·처방·복용의 시작이나 변경은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의하세요. 효과와 반응에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출처
이 글의 사실 주장은 아래 1차 출처에 대조해 검증했습니다.
- PubMed (NIH)pubmed.ncbi.nlm.nih.gov/37366315
- PubMed (NIH)pubmed.ncbi.nlm.nih.gov/33567185
- PubMed (NIH)pubmed.ncbi.nlm.nih.gov/35658024



